[공감신문 김송현 기자] 자동차의 흠집은 주차할 때 가장 많이 생긴다. 가뜩이나 우리나라에선 주차장이 좁고, 후면주차를 할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고충을 해결하기 위해 독일 BMW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리모트 컨트롤 파킹(RCP: Remote Controlled Parking) 시스템을 우리나라에 도입해 오는 11월부터 7시리즈 전체모델에 적용할 계획이다. 운전자가 운전석에서 나와 리모컨으로 자동차를 주차공간에 넣을수 있도록 한 장치다. BMW측은 선택한 주차 공간과 차량 간의 각도가 10°를 넘지 않아야 하며, 차가 주차 공간에 들어가고 나오며 이동할 수 있는 최대 거리는 차체 길이의 1.5배라고 홈페이지에서 설명했다.
BMW 원격주차시스템 /BMW 홈페이지 |
리모컨 주파수와 아마추어무선 주파수 겹쳐 오작동 가능성 높아
BMW는 원격주차시스템을 독일에서 먼저 선보였고, 다른 유럽국가, 미국에서도 순차적으로 상용화하는데 성공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BMW의 주차 리모컨에서 발생하는 주파수가 아마추어무선의 주파수가 겹친다. BMW 7 시리즈에 장착된 RCP의 사용주파수는 433.920MHz, 아마추어무선의 UHF주파수대(430~440MHz)에 들어 있다. 아마추어무선사들이 동일 주파수에서 교신을 할 경우, 리모컨이 오작동할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가 BMW 국내시판에 결정적 관건으로 부상했다.
당담부서인 미래창조과학부는 BMW 컨트롤 키의 주파수와 국내 아마추어 무선 주파수 사이에 혼신 위험성이 있는지 여부를 한국아마추어무선연맹(KARL)에게 확인해서 동의를 받아오라 했다. 이에 BMW코리아측은 아마추어무선연맹측과 몇차례 회의를 진행했다. 여기에는 KARL과 BMW측은 물론 미래창조과학부에서 지정한 연구기관(국립전파연구원, 한국전파진흥협회)의 담당자들도 참석했다. 아울러 최근 인천시 영종도에서 김형수 KARL 이사장을 포함해 8명이 참석한 가운데 다양한 실험을 실시했다.
이를 통해 아마추어무선연맹측은 BMW가 10mW 이하의 미세한 전파를 사용하므로, 같은 대역에서 사용해도 좋겠다고 결론을 내리고, BMW와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여기까지는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그런데 양해각서 체결사실이 알려지면서 아마추어무선연맹 회원들이 들고 일어났다. KARL 홈페이지에는 연일 연맹을 비난하는 글로 가득하다.
사연인즉, BMW 7 시리즈에 장착된 리모컨 주파수가 아마추어무선통신에 영향을 주지 않을지는 모르겠지만, 국내아마추어무선사들이 동일 주파수에서 교신할 때 BMW 7 시리즈가 오작동을 하여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아마추어무선사들에 따르면 BMW 7시리즈에 장착된 RCP의 송신출력은 10mW(0.01W)이고 아마추어무선의 송신 출력은 50W다. 즉 아마추어무선의 송신출력이 5,000배나 더 강하다.
어느 아마추어무선사(hl1kkc om)는 실제로 무전기의 주파수를 144.640Mhz에 맞춰놓고 송신해보니, BMW의 리모컨(RCP)에서 자신의 목소리가 들리는 내용의 실험을 실시했다. 그는 실험 내용을 동영상으로 찍어 연맹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아마추어무선주파수인 144.640MHz에서 아마추어무선사들이 교신을 하면 주파수가 3채배되어 433.920 MHz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이 무선사는 보여주었다. 144.640 MHz는 한국아마추어무선사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주파수인 2m 밴드(144 ~146 MHz)라고 한다.
이 동영상이 올라오면서, 회원들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것이 우선이라며 그 동안 회원에게 공지하지도 않고 진행한 내용을 공개하고 BMW측과의 합의 내용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회원들의 비난이 쏟아지자, 김형수 KARL 이사장은 지난 1일 양해각서 체결과정 경위를 설명하는 글을 홈페이지에 올렸다. 김 이사장은 BMW와 합의하는 과정에서 연맹의 격월간 소식지에 3년간 광고를 게재하도록 요청해 약속을 받아낸 사실을 공개한 바람에 회원사들의 분노를 더 격화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