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햇빛 안닿는 남극에 물 38억L 있다

 

달, 햇빛 안닿는 남극에 물 38억L 있다

[조선일보] 2010년 10월 23일(토) 오전 03:00

 

 

햇빛이 영원히 비치지 않는 달의 남극 지역 크레이터에 38억L의 물이 존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올림픽 규격 수영장 1500개를 채울 수 있는 양이다. 또 이 지역 달 표토층에는 초저온 상태의 얼음이 약 5.6% 포함돼 있었다. 지구의 사하라 사막보다 수분이 두 배 더 많다.

지난해 2009.10월 달 크레이터에 우주선 부스터를 충돌시켜 물의 존재를 확인했던 미국 항공우주국(NASA) 연구팀이 당시 관찰한 자료를 1년여에 걸쳐 분석, 과학저널 사이언스 21일자에 6편의 논문으로 발표했다. 달 극지방의 표면에는 물 외에 수소·은·탄화수소 등 다양한 광물 성분도 발견됐다. 달을 미래 우주 탐사의 전진기지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크다.


NASA는 앞서 2009년 6월 플로리다의 케네디우주센터에서 '달궤도탐사위성(LRO)'을 발사, 약 넉 달 동안 달 표면의 온도와 성분을 분석했다. 이어서 10월 LRO는 달의 자전축이 기울어진 탓에 햇빛을 받지 못해 영구히 영하 240도 안팎의 온도가 유지되는 남극 인근 카베우스 크레이터에 '달 크레이터 탐지 위성(LCROSS)'의 부스터 로켓을 충돌시켰다. 시속 9000㎞로 충돌이 일어난 지점의 온도는 순간적으로 섭씨 약 700도까지 치솟았고, 90초 뒤 약 1㎞ 높이까지 파편이 솟구쳤다. LRO와 LCROSS는 이 파편과 먼지를 다양한 과학적 방법으로 관찰했다.



이렇게 수집된 자료의 분석을 맡은 미국 사우스웨스트연구소의 선임 분석관 랜디 글래드스톤 박사는 "분석 결과 꽁꽁 얼어있는 달 표토층의 약 5.6%가 얼음 상태의 물이었다. 이는 표토층의 흙 1t당 약 45L의 물이 있으며 충돌지점 중심으로 반경 10㎞ 내에 38억L의 물이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 지역을 "달의 영구 동토(凍土)층"이라고 불렀다. NASA의 앤서니 컬러프리트 박사는 BBC방송에 "미래 유인 달 탐사기지 후보가 될 충분한 조건"이라고 말했다.

NASA 연구진은 물 외에도 수소·칼슘·마그네슘·일산화탄소·수은 등 다양한 기체의 흔적을 발견했다. 가벼운 탄화수소 분자와 이산화탄소, 은 성분도 검출됐다. 특히 물과 비슷한 비율로 수은도 함유된 것으로 밝혀져, 수은의 독성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숙제를 남겼다. 이번 탐사에 참여한 리처드 본드랙 박사는 "달의 환경은 지금까지 알려진 것보다 훨씬 복잡하며, 특히 극 지역 크레이터는 태양계 내에서도 가장 차가운 '보물상자'라는 걸 알게 됐다"고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에 말했다. 카베우스 크레이터의 온도는 명왕성의 극지방 온도보다도 낮다.

달 극지방의 표토층에 어떻게 물이 축적됐는지는 아직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연구에 참여한 미국 브라운대 행성과학자 피터 슐츠는 "수십억 년에 걸쳐 원자 하나하나가 쌓여 이뤄진 결과인 것만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달 표면에는 매년 너비 18m 이상 되는 크레이터를 남기는 운석만 평균 25개 이상이 충돌한다. 이 운석들은 물을 비롯해 여러 원소들을 달 표면에 방출한다. 또 달 표면의 금속과 결합해있던 산소가 태양 방사선의 영향으로 수소와 결합해 물 분자를 형성하기도 한다. 이들이 태양빛으로부터 격리된 영구동토층 아래 수십억 년간 쌓여 현재의 상태를 이뤘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