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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ㅏ진인생/DS5ZWK
밀양 소리박물관 본문
일시 : 2018.4.1(일) 16:30
대상 : 얼음골 축음기소리박물관
주소 : 경남 밀양시 산내면 원서리 112-3 055-354-8878 www.spsmuseum.co.kr
관장 : 관장 최완규 010 8554 2007 (강릉 참소리 박물관)
밀양시내에서 24번 국도를 이용해 얼음골로 향하는 길. 얼음골에 다다를 즈음 도로 오른편에서
뜻밖의 박물관을 보게 된다. '얼음골축음기소리박물관'(055-354-8878·경남 밀양시 산내면 원서리 112-3)이다.
올 4월 개관했다. 축음기를 비롯해 일상에서 소리를 내는 도구들을 모아 놓았다.
현대의 것이 아니라 길게는 100여 년, 짧게는 20~30년 전 옛것들이다. 관장은 최완규(57) 씨.
그는 무슨 마음으로 이런 옛것들을 모아 놓은 것일까.
지지직 하는 잡음이 섞인 채 구슬픈 노랫가락이 흐른다. 꽤 낡았으면서도 꽤 익숙한 가락.
'비 내리는 호남선'이다. 박춘석 작곡, 손로원 작사로 손인호가 불렀던 노래. 처음 세상에 나온 게
1953년 오아시스 레코드 관현악단의 녹음을 통해서다. 노래가 흘러 나오는 음반에 그 만큼의
세월이 배어 있다. 색 바랜 표지에 '66631, 스로도롯도, 비나리는 湖南線, 노래 孫仁鎬, 伴奏
오아시스管絃樂團, MADE IN KOREA'라 명기돼 있다.
음반이 돌아가고 있는 축음기는 그보다 훨씬 오래됐다. 1920년대에 나온 미국 빅토르사의
가구형 축음기다. 전기로 판을 돌리는 게 아니다. 축음기 전면에 있는 손잡이를 돌려 내부의
태엽을 감아 회전시키는 방식이다. 버튼 하나 누르면 되는 요즘과는 달리 한참 손잡이를
돌리는 수고로움을 거쳐야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사실이 이채롭다.
이 박물관에는 이 같은 옛날 태엽식 가구형 축음기와 실린더형 레코드가 장착된 초기 축음기,
원반형 레코드를 사용하는 축음기 등 230여 점의 축음기를 비롯해 트랜지스터라디오,
휴대용라디오, 카세트라디오 등 모두 400여 점의 유물이 있다. 또 공중전화기를 포함한
자석식, 공전식, 다이얼식, 버튼식 등 발전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 전화기, 흑백 및 컬러 TV 등도
구경할 수 있다. 전시된 유물의 80% 정도는 현재도 정상 작동이 가능한 상태다.
최초의 녹음기란 게 특히 눈에 띈다. 1921년산으로 미국 에디슨사에서 만든 녹음기라는데,
소리가 파라핀 재질의 실린더에 파형을 그려내며 녹음되는 구조다. 재질이 파라핀인 까닭에
한 번 녹음하면 재사용이 불가했다. 최 관장은 "우리나라에 있는 걸로는 이게 거의 유일하다"
고 했다.
여하튼 인간이 만들어 낸, 소리 내는 기계는 모두 볼 수 있을 듯하다. 이런 것들을 어떻게 모았나
싶을 정도다
"돈이 많이 들어갔습니다. 병이 단단히 들었던 거죠. 한 번 들면 고치지 못하는 불치병….
바로 수집병입니다."
최 관장의 고향은 충남 아산. 스물한 살 때 경남 마산, 그러니까 오늘의 창원으로 가서 살았다.
마산에 있던 맥주 공장에 취직한 것. 어릴 적부터 손재주가 좋았다. 고등학교 공부도 손기술
익히는 쪽으로 다녔다. 그 기술이 아까워 다니는 직장을 그만두고 1982년 무렵 전축, 라디오,
TV 등을 고치는 전파사를 차렸다.
전파사를 운영하면서 세상에 참 많은 소리기기가 있다는 걸 알았다. 그런 게 있다는 사실도
몰랐던 신기한 제품들도 심심찮게 봤다. 그런 것들이 눈에 띄면 여지없이 자기 손에 넣어야 했다.
수집병이 슬슬 들기 시작했던 것이다.
환한 미소 박물관장 최완규 대표입니다.
1994년 한 유명 브랜드의 전자제품 대리점을 운영키로 했다. 창원 명서시장의 한 슈퍼마켓을 인수해
대리점을 차리기로 했다. 인수한 가게의 재고품을 정리하다 슈퍼마켓이 돈이 될 것 같았다. 전자제품
대리점은 접고 슈퍼마켓을 운영했다. 장사는 잘됐다. 시내에 건물도 구입할 수 있는 여건이 됐다.
평소 갖고 싶었던 신기한, 또 이제는 거의 사라져 쉽게 구할 수 없었던 축음기, 라디오 등을 찾아서
구입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그렇게 모은 소리 관련 유물들이 어느 시점에선 그대로 방치할 수만은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래서
결심한 것이 소리박물관이었다. 갖고 있는 소리 유물들을 수용할 만한 공간을 창원시내에선 돈이
너무 많이 들어 구하기 어려웠다. 박물관 수익을 고려해 관광지 근처에 있는 공간을 찾아다녔다
. 울산 간절곶, 하동 화개장터, 경북 청도 등을 수소문하고 다녔으나 마땅한 곳이 없었다. 그러다
발견한 곳이 현재의 자리. 유명한 얼음골 입구인 데다 가격도 적당해, 기존 휴게소 건물을 리모델링만
하면 됐다.
"그동안 벌어 놓은 돈은 이 박물관 여는 데 다 들어갔습니다. 지금 남은 건 하나도 없어요. 그래도 큰 걱정은 안 합니다."
입장료는 성인 5000원, 청소년 4000원, 어린이 3000원이다. 개관한 지 겨우 넉 달 지났지만 그럭저럭 사람들이
찾아온다. 밀양 지역사회에선 조금씩 알려져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등에서 단체 관람도 온다.
"들어 와 보면 다들 신기해합니다. 1970년대 삼삼오오 야외에 들고 나가 고고춤을 신나게 추었던 야외 전축,
전화기가 귀하던 시절에 사용하던 다이얼식 공중전화기, 동네 부잣집에나 한 대 있어서 옹기종기 모여 앉아서
보았던 흑백TV, 골목 다방에서 흘러나와 들었음직한 추억의 진공관 유성기 소리…. 나이 많은 사람들은 이런
소리의 향연에 젖어 옛 시절을 회상할 수 있습니다. '나 어릴 적 보던 거'라며 즐거워하는 거죠. 젊은이나
어린애들은 위 세대 사람들이 쓰던 텔레비전, 녹음기, 카세트테이프를 보며 신기하다 여깁니다
그는 자신이 소장·전시한 유물의 가치에 자신이 있다고 했다. 삶이 초고속으로 변하는, 그래서 조금이라도 뒤처지면 그대로 퇴출될
수밖에 없는 이 시대에 오히려 옛것의 가치가 새롭게 조명되리라는 이야기다.
"내가 좋은 거, 하고 싶은 거 하는 거니까 계속 하는 거지요. 제 생각이기는 하지만, 우리 박물관은 입장료만 갖고도 먹고살 수
있을 거라 봅니다. 홍보만 잘되면요
부산일보
임광명 기자 kmyim@busan.com
사진=강원태 기자 wkang@
출처 다음블로그 사니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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