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신예리.변선구] 22일은 일본 시마네(島根) 현이 2005년 일방적으로 정한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식 표현)의 날’이다. 1905년 2월 22일 시마네 현이 고시를 내고 독도를 자기네 영토로 무단 편입한 날에 맞췄다.
하지만 호사카 유지(保坂祐二·52) 세종대 교수(교양학부)는 확실한 물증으로 일본의 잘못을 지적한다. 1894년 독도와 울릉도가 한국 땅이라고 표시, 발간된 ‘신찬 조선국전도’라는 채색 지도를 이달 초 일본의 한 도서관에서 발견한 것이다. 그는 “19세기 말 메이지(明治) 시대의 일본인들이 독도가 조선 영토라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억지를 부렸다는 것을 보여주는 분명한 증거”라고 말했다.
그가 21일 본지에 처음 공개한 컬러 사본에 따르면 ‘마쓰시마(松島·현 독도)’와 ‘다케시마(竹島·현 울릉도)’라고 표시한 섬들이 한국 본토와 똑같이 옅은 황색으로 칠해져 있다. 반면 주변의 일본과 중국 땅은 모두 무색이다. 독도를 ‘마쓰시마’로 표기한 것은 당시 일본에서 울릉도와 독도의 명칭이 혼란스러웠기 때문이라고 한다.
호사카 교수는 “지금까지 알려진 메이지 시대의 지도들은 모두 무채색이라 독도가 한·일 어느 쪽 영토에 속하는지가 불분명했다”며 새로 발견한 채색 지도의 의미를 설명했다.
이와 관련, 독도 연구가인 김병렬 국방대 교수는 “‘신찬 조선국전도’가 민간(제작자 다나카 노리츠쿠 田中紹祥)에서 만든 지도지만 독도가 역사적으로 한국 영토였음을 증명하는 귀한 사료임에 분명하다”고 평가했다.
호사카 교수는 이 지도를 포함해 독도가 한국 땅임을 밝히는 사료들을 모아 올해 중 일본에서 책을 출간하기로 했다. 이미 『일본 고지도에도 독도는 없다』『조선 선비와 일본 사무라이』등을 한국에서 펴냈지만 일본에서 책을 내는 건 처음이다. 그는 “대다수 일본인은 정부의 공식 입장 외엔 독도에 대해 잘 모른다”며 “역사적 증거를 발굴해 널리 알리면 일본 쪽의 입장도 바뀌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호사카 교수는 “1877년 메이지 정부의 최고 권력기관인 다이조칸(太政官: 1868년 메이지 유신 때부터 1885년 내각제가 생기기 전까지 입법·행정·사법을 관장한 관청)이 울릉도와 독도를 조선 땅이라고 인정한 공식 문건도 남아있지만 일본 정부가 이를 숨기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도쿄대 공학부를 졸업한 뒤 88년 한국에 온 호사카 교수는 이듬해 고려대 정치외교학과에 편입, 한·일 관계 연구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90년대 중반 독도 문제가 양국 간 현안으로 불거지자 사료 연구에 매달렸으며, 2000년 이후엔 특히 고지도 발굴에 정열을 쏟아왔다. ‘독도=한국 땅’임을 밝히는 데 가장 효과적인 증거물이라는 판단에서다.
86년 한국 여성과 결혼해 2남1녀를 둔 그는 2003년 한국에 귀화했다. “고대에 한반도에서 일본으로 건너간 백제계가 조상”이라고 한다.
글=신예리 기자